프로야구 KBO리그 ‘2019시즌 올스타전’이 7월 2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다. 반환점을 돈 정규 시즌을 되돌아보고 남은 시즌 다시 힘을 모으겠다는 약속이 담긴, 선수와 팬들의 축제다. 편의상 팀을 나누지만 어느 팀이 이기느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오히려 올스타전 MVP에 쏠리는 관심이 더 높다. ‘프로야구 축제’라 가능한 얘기다. 팀 보다는 선수 개인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축제, 그래서 올스타전 MVP에게는 ‘미스터 올스타’라는 별칭도 붙여 준다.
미스터 올스타는 대회에서의 활약상도 활약상이지만 MVP 선정 이후 받는 부상으로도 세간의 화제가 돼 왔다. 우리가 기억하는 MVP 부상은 ‘자동차’가 압도적이지만 역대 올스타전을 되돌아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있다.
2009년 이후 기아자동차가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후원하면서 MVP 부상은 자연스레 자동차로 굳어졌다. ‘어떤 종류의 상품일까’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차일까’로 어느새 질문이 바뀌었다. 1982년부터 2018년까지 37차례 펼쳐진 올스타전에서 승용차 부상이 27번이나 되니 그럴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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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올스타=중형 세단’이라는 공식을 비켜간 경우도 있다. 2017년 KBO 올스타전의 MVP에게 돌아간 부상은 기아차 ‘스팅어’였다. ‘남자의 질주 본능을 깨우라’는 콘셉트 아래 개발된 스팅어는 처음부터 ‘스포츠 세단’에 방점이 가 있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 4.9초, 최고 속도 270km/h라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3800만 원 상당의 가격만만치 않았지만 스포츠 스타와 ‘질주 본능’을 연결 짓는 게 홍보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기아자동차는 기꺼이 스팅어를 부상으로 내놓았다. 때마침 상품복 좋은 SK 와이번스 최정과 인연이 딱 닿았다.
지난 해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올스타전에서는 넥센 히어로즈의 거포 김하성이 MVP로 선정돼 ‘더 뉴 K5’를 부상으로 받았다.
미스터올스타 부상으로 자동차가 자리를 비운 시절도 있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이다. 1997년 한국 경제에 불어 닥친 IMF 외환위기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황폐화된 시기다. 1999년에는 롯데의 박정태가 20냥쭝짜리 골든볼을 받았고, 2000년 한화 송지만과 2001년 두산 우즈는 20냥쭝짜리 골든배트를 받았다. 그리고 이후 3년간은 현금 1000만 원이 부상이었다.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존속되는 한, 한국 경제의 참담했던 시기를 계속 되돌아보게 됐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은 현금 1000만 원에 삼성 PAVV 대형 PDP 또는 LCD TV가 부상으로 등장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1998년에는 딱 한번 올스타전 역사를 장식한 브랜드가 나온다. 삼성자동차의 SM520이다. 자동차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었던 이건희 회장이 닛산의 기술을 도입해 SM5를 출시했고, 나오자 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쟁쟁했던 SM5도 IMF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올스타전과는 더 이상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프로야구 출범해인 1982년부터 1997년까지 16년 동안의 올스타전은 대우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터였다.
프로야구 출범 첫해는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새한자동차가 ‘맵시’를 부상으로 내놓았고, 1993년부터는 사명을 바꾼 대우자동차가 ‘로얄 프린스’로 미스터올스타를 축하했다. 이 시절에 등장하는 이름이 김용희 전 SK와이번스 감독이다. 김용희 당시 롯데 타자는 프로야구 올드팬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미스터 올스타 그 자체다.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 그리고 언제나 반듯한 신사의 이미지는 올스타 중의 올스타로 김용희를 꼽는데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하게 했다. 원년 미스터 올스타인 김용희는 1984년 올스타전에서 다시 한번 MVP에 오르며 프로야구 사상 딱 둘밖에 없는 올스타전 MVP 2회 수상자가 됐다.
/글=강희수 기자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