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나 혼자 산다’ PD와 작가가 프로그램 6년을 맞아 섭외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셀럽에서 루키로, 화려함에서 풋풋함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따라 프로그램도 기로에 서 있었다.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자’)는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관찰 예능이다. 지난 2013년 3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해 어느덧 방송 6주년을 넘겼고 300회를 앞두고 있다. 프로그램은 독신 가정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약했던 시기 ‘싱글 라이프’를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높아진 인기 만큼 프로그램의 자체적인 변화도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진행과 입담을 담당하던 방송인 전현무와 모델 한혜진이 ‘나혼자’를 통해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다가 결별하며 잠시 프로그램을 떠나 휴식기를 갖게된 것. 그로 인해 최근 ‘나혼자’에서는 코미디언 박나래가 진행자 노릇을 하고 있고, 웹툰작가 기안84와 배우 이시언, 성훈, 가수 헨리 등이 게스트들과 함께 번갈아 출연 중이다. 다행히 이들은 오랜 호흡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케미’를 보여주며 프로그램의 꾸준한 화제성을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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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6년이다.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황지영 PD(이하 황): 요즘은 정말 ‘힘들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다. 6주년인 만큼 나름의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저희가 5주년 때도 제주도에 한번 갔고 1년에 한 번은 무지개 회원들의 기념식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준비 중이다. ‘무지개 회원’ 범주에 들어오는 분들도 있고, 반가운 얼굴도 나올 예정이다. 회원들의 지인 분들이 나올 수도 있다.
▲ 이경하 작가(이하 이): 변화가 정말 많았다. 어쨌든 가장 큰 건 멤버들이 달라졌다. 그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 라이브 방송도 잦아졌고 기존에 해오던 것들에 더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 중이다.
-긴 시간 한결 같은 완성도를 유지하는 제작 과정의 비결도 있나.
황: 매주 월요일에 스튜디오 녹화를 진행하고, 고정 멤버들과 저만의 단체 메신저 방이 있다. 거기서 시덥지 않은 농담부터 진지한 얘기까지 다 나누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실제 방송이랑 대화할 때 캐릭터랑 똑같다고 보시면 된다.
이: 기본적으로 출연자마다 1대 1로 붙는 담당 작가들이 있다. 작가들과 출연자들이 근황은 기본이고 프로그램에서 촬영할 만한 일상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얘기한다. 그 중에서 ‘이거 괜찮을 것 같다’고 하면 촬영 팀이 팔로우하는 식이다.
-촬영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 이: 출연자 모두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는 영민하고 독보적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는 자신의 전문분야와 다르게 부족하거나 허술한 모습들이 생기는 거다. 그런 포인트는 누구나 다 갖는 모습이다. 저같은 경우도 살림을 전혀 해본 적이 없어서 서툰데 그 부분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것 같아서 주의 깊게 보고 있다.
▲ 황: 단, 방송에 비치는 모습이 그 사람의 100%가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이시언, 기안84, 헨리에 최근 성훈까지 방송에서는 ‘얼간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한데 그 사람들의 일상 전체가 그런 모습은 아니다. 그 사람들의 일상이 10이라면 그 중에 1을 보여주는 꼴이다. 그래서 1이 10처럼 비치지 않도록 염두에 두고 편집을 한다.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 황: 요즘엔 정말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비칠 수 있는 내용은 다 걷어내고 있다. 예전엔 ‘이 부분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방송해야 겠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한 명이라도 불편하게 볼 수 있다면 방송하지 말자’는 생각이 크다.
▲ 이: 초창기보다 훨씬 더 예민하고 힘들게 편집하고 작가들도 다 조금 더 많이 예민하게 보려고 한다. 많이 사랑해주시니까, 시청자 분들이 기대하는 ‘나혼자 ‘가 있으니까.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무시하지 않고 정말 많이 프로그램에 녹이고 있다.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초창기와 현재의 ‘나혼자’가 많이 달라졌다는 의견도 있다. 균형 감각을 찾기 힘들 것 같다.
▲ 황: 제작진 역시 최초의 프로그램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그래도 트렌드에 맞춰 꾸준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다만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만큼 만족도의 기준이 다양해진 것 같긴 하다. 그 안에서 저희 나름의 페이스와 계획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어떤 페이스인지는 알 수 없다. 방송 환경에 따라 다르다.
▲ 이: 계획을 많이 세우고는 못 간다. 전현무, 한혜진의 연애도 결별도 제작진 계획에는 없었다. (웃음). 그런 것들까지 계획해서 짜고 갈 수는 없다. 요즘엔 더 프로그램이 ‘살아 숨쉬는 느낌’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출연진을 더 자주 보고 자주 녹화를 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방점을 찍은 부분은 있지 않을까?
▲ 황: 큰틀은 짰다. 가령 섭외하고 싶었던 풀과 6주년을 맞이하며 모시는 풀이 달라졌다. 맨 처음엔 다니엘 헤니, 김사랑, 이소라처럼 한 분야의 탑이었는데 잠시 잊혔거나 예능을 안 한 탑 셀럽들을 많이 섭외했다. 그리고 이후엔 김연경 선수나 황재균 선수처럼 섭외 영역을 넓혀셔 운동선수를 섭외했다. 확실히 연예인의 삶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루키’들에 집중하고 있다. 잔나비도 그렇고 뉴이스트 황민현도 그렇고 다 이제 막 새로 시작하고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과 함께 ‘나혼자’도 새로 시작하는 이미지, 풋풋함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 이: 사람마다 보여줄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지 않나. 초창기에 셀럽들 위주로 섭외해서 일반인들이 보이게 화려한 볼거리를 많이 보여드렸다면 이제는 각 분야에서 자신감을 얻고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분들을 섭외하는 편이다.
-‘나혼자’를 만나 성장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 황: 이시언의 일본 팬미팅도 그랬다. 특히 그 분은 프로그램 출연 초기에 청약에 당첨돼 짓고 있는 아파트에 이제 입주하지 않았나. 전현무도 ‘나혼자’ 전에는 대상 후보까지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대상 수상자가 됐다. 박나래도 완벽한 ‘대세’ 예능인으로 거듭났고, 성훈도 얼마 전에 게릴라 팬미팅까지 했다고 하더라. 우리 프로그램 하는 동안만이라도 다들 잘 됐으면 했는데 다행히 함께 성장하고 있다.
▲ 이: 합이 정말 잘 맏은 것 같기도 하다. 출연자 입장에서 여러 가지 매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냐. 그 사람의 일상에 집중하게 되고. 일반 방송에서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게 큰 메리트일 듯 하다.
-그렇다면 섭외는 좀 잘 되는 편인가?
▲ 황: 모든 프로그램은 섭외가 힘들다. (웃음). 특히 저희는 그냥 나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적인 공간도 보여줘야 해서 그렇다.
▲ 이: 야멸찬 거절, 정중한 거절, 여지를 두는 거절 등 온갖 거절은 다 당했다. 그런데도 나중에 출연 의사를 밝히는 분들도 있더라. 포기하진 않는다.
-고정 멤버들도 함께 섭외에 도움을 주기도 하는지?
▲ 황: 그 부분에서 정말 고마운 게 출연자들이 지인들이나 같이 방송하는 사람들에게 영업도 해주고 권유도 하고 있다. ‘한 번 해보니 괜찮더라’, ‘여러가지로 신경을 많이 써준다’는 식이다. 정말 고마운 부분이다.
-긴 시간 함께 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 황: 2017년 연예대상 시상식 때 너무 좋았다. 그때 전현무 대상부터 박나래 최우수상까지 거의 전 출연자가 트로피를 받았다. 제작진이 출연자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사실 별로 없다. 저희 딴에는 가장 크게 안겨줄 수 있는 게 트로피밖에 없더라. 방송사 차원에서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트로피라서 특히 기뻤다.
▲ 이: 이 정도까지 같이 하다 보니 특별히 어떤 순간이 기쁘다기 보다 그냥 매주 방송할 때 즐겁다. 작가들이 출연자들 인터뷰 해서 좋은 아이템 가져오고, 촬영도 잘 되고, 조연출 분들이 편집을 잘 해서 결과물이 재미있게 나오고. 현장 재미있고, 만든 사람 재미있고, 출연자 좋고, 시청률 잘 나오면 금상첨화다. 실제로 제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이 웃는다.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나혼자’는 많이 웃게 된다. 그럴 때 정말 짜릿하다.
▲ 황: 덧붙이자면 프로그램 제작하면서 힘든 건 힘든 게 아니다. 그건 제 일이다. 우리가 만든 걸 매주 매주 매 순간 마다 어떤 평가를 받고 크게 이슈가 되고 주말을 편안하게 보내는 주말과 그렇지 않은 주말이 있다. 누군가가 불편하다고 하면 주말내내 저희도 너무 힌들고 우리끼리 서로 만나서 다독인다. 그런 면에선 매주 무사히 방송하는 게 행복한 것 같기도 하다.
-변화의 시기, 고민이 많을 것 같다.
▲ 황: 정말 고민이 많은 시기다. 너무 다행스럽게 화제성 지수가 유지되고 있다. 핵심 멤버가 휴식을 한다고 했을때 걱정했고 어떻게 달라질까 생각을 많이 헀는데 그에 비해서는 안정적으로 두 달을 잘 온 것 같다. 그런 것들도 너무 감사하게 생가하고 있다. 그저 ‘지켜봐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 이: 지금까지처럼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 프로그램 하면서 배운 건 다른 걸 인정하는 게 생겼다. 나랑 다른 사람이 있구나, 내가 하는 것중에 다른 사람이 불편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다르게 사는 사람이라는 걸 공감하고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만큼 저희 더 열심히 해보겠다. /글=연휘선 기자 monamie@osen.co.kr
/사진=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