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사이영상 시즌을 보내고 있는 류현진(LA 다저스)도 무너졌다. ‘투수들의 무덤’으로 악명 높은 메이저리그 구장, 콜로라도 로키스가 홈으로 쓰는 ‘쿠어스필드’가 바로 그곳이다. 투수들에겐 지옥, 타자들에겐 천국과 같은 쿠어스필드를 소개한다.
왜 투수들의 무덤일까
지난 2013년 6월 처음 쿠어스필드를 방문한 류현진은 “청주구장에 비하면 잠실구장 아닌가”라고 첫 느낌을 말했다. 크기만 보면 쿠어스필드는 홈에서 펜스까지 좌측 106m, 중앙 126m, 우측 107m로 크다. 좌우 100m, 중앙 125m로 국내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잠실구장보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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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강원도 대관령(832m) 높이의 두 배 정도. 고지대에 있는 만큼 공기 밀도가 낮고, 저항이 적다. 타구가 다른 구장보다 멀리 날아간다. 해수면 높이 비거리로 계산할 때 실질 구장 거리는 좌측 96m, 중앙 116m, 우측 97m에 불과하다. 과거 메이저리그 사무국 자료에 따르면 쿠어스필드에선 평지보다 약 9% 더 타구가 날아가는 것으로 나왔다.
여기에 건조한 기후도 영향을 미쳤다. 공인구를 상온에 보관할 때 공의 무게가 28g이나 가벼워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지난 2002년부터 공을 습도 50%, 온도 21도 조건에 맞춰 타구 비거리를 줄이기 위한 습도 조절기 ‘휴미더(Humidor)’를 설치했다.
휴미더 설치 후 기록상으로 홈런이 줄었지만 여전히 다른 구장에 비해 많은 장타가 터져 나온다. 외야 공간이 넓다 보니 홈런보다 2~3루타가 더 많이 나온다. 공인구 반발력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올해는 2002년 이후 최다 홈런, 득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인 선수로는 김선우, 김병현, 오승환이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고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썼다. 특히 김선우는 지난 2005년 9월25일 쿠어스필드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상대로 9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평생 잊지 못할 ‘인생 경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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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이 뛰어나다. 구장 인근에 고속도로, 열차가 자리 잡고 있다. 유니온 스테이션에 도착하면 쿠어스필드까지 도보로 15분 정도 걸린다. 팬들의 열기가 뜨거워 2008년 이후 10년 넘게 꾸준히 평균 관중 3만명 이상 동원하고 있다.
구장 시설은 현대적이면서 고풍미가 빛난다. 구장 외벽이 붉은색 벽돌로 지어졌고, 복고풍 시계탑도 있다. 좌측 외야석 뒤로는 저 멀리 로키산맥의 웅장함이 보인다. 2014년 새로 생긴 스탠딩 관람석 ‘루프탑’에서 보면 덴버 시내와 로키산맥 전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중앙 펜스 뒤로도 우뚝 솟아있는 특별 관람석이 마련돼 있다. ‘록 파일’이란 좌석으로 낮 경기에는 12세 이하 어린이나 55세 이상 성인이 경기 당일 현장에서 단돈 1달러만 내고 구입할 수 있다.
쿠어스필드 최상단에는 팀의 상징인 ‘보라색’으로 칠해진 관중석 한 줄이 스타디움 전체를 한 바퀴 빙 두르고 있다. 나머지 관중석이 녹색으로 된 것과 대조된다. 이는 정확히 해발 1마일(약 1609m) 높이를 표시한 것으로 ‘마일 하이’ 좌석이라고 불린다. 1마일 고지대를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표식이다.
구장 입구 중앙에는 ‘The Player’ 동상이 우뚝 서있다. 야구선수가 오른쪽 어깨에 배트를 메고 왼손에 공을 쥔 채로 있다. 동상 아래에는 ‘당신과 함께하는 건 명예가 아니라 남기고 간 유산이다(It is not the honor that you thake with you but the heritage you leave behind.)’라는 브랜치 리키의 명언이 새겨져 있다. 리키는 메이저리그 최초로 팜 시스템을 구축하며 흑인 차별을 허문 전설의 단장이다. /이상학 기자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