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은 엄청나게 큰 덩치와 울퉁불퉁한 얼굴로 한국에서 배우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소리를 수없이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다. 미국에서 활동했던 헬스트레이너가 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그는 윤종빈, 김지운, 류승완, 곽경택, 연상호, 김용화, 강윤성, 이원태 감독까지 한국영화사에 크고 작은 족적을 남긴 작품에 역할에 상관없이 출연해왔다. 마침내 마동석은 ‘악인전’으로 실버스타 스탤론과 손을 잡고 할리우드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칸 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한국 배우가 자신이 주연한 작품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에서도 주연을 맡는 경우는 특별한 경우다. 마동석은 주연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도 할리우드 리메이크 작품에 참여한다. 마동석의 할리우드 진출을 함께 하는 파트너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발보아 픽처스다. 실베스터 스탤론 뿐만 아니라 ‘윈드리버’, ‘로스트 인 더스트’ 등을 프로듀싱한 브레이든 애프터굿이 함께 공동 프로듀싱을 맡을 예정이다.
- ‘악인전’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는 어떻게 성사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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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는 배우들의 해외 진출에 큰 장벽이죠. 영어 연기는 자신있으세요.
▲ 미국에서 만드는 미국 영화니까 영어로 당연히 연기해야죠. 제가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와 상관 없이 대사를 외워서 하기 때문에 연기 할때는 능통하게 하죠. 미국에서 태어난 친구들처럼 완벽하지는 못해요. 그렇지만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운동을 가르쳤기 때문에 충분히 소통은 잘돼요. 하지만 영어를 할 줄 알아도 영어로 연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죠. 영어 연기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해야해요.
- 직접 할리우드에 부딪혀본 결과 해외에서 보는 한국영화의 위치는 어느정도인가요.
▲ 저는 한국 영화를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연기나 연출이나 제작이나 촬영이나 잘하는 사람도 정말 많아요. 그런 부분들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몰라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죠.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영화를 좋아하고, 감독들을 좋아해요. 그런 부분이 신기했죠. 다만 서로 어떻게 소통을 하고 작품을 만들어가는지가 서툰 것 같아요. 그래서 수차례 많은 시도를 했지만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또 하나 느낀 점은 외국에서나 할리우드에서나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액션을 선호해요. 할리우드에 진출한 동양배우들이 대부분 액션으로 성공했죠. 현재까지는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들이 해외에서 작품을 할 기회가 잘 안생기는 것 같아요.
- 미국에서 활동하는 헬스 트레이너에서 한국에 왔다가 다시 미국에 배우로 진출하는 소감이 어때요.
▲ 저는 무덤덤해요. 이게 정말 갑자기 느닷없이 나한테 미국에서 영화를 하자고 제안이 왔다면 신기하게 생각했겠죠. 하지만 오래 전부터 할리우드와는 꾸준히 교류가 있었고, 타이밍이 맞으면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한국 영화, 미국 영화 구분 지으면서 작품을 하지 않았어요. 지방 촬영 하듯이 미국 영화를 찍으러 가야죠. 저는 베이스가 한국 영화니까 한국에서 좋은 작품이 있으면 찍을 거예요. 또 미국에서는 영화를 찍을 기회가 있다면 한국 영화를 더 많이 알릴 수 있으니까 찍을 거에요. 할리우드에서 촬영하면 재미있을 것 같긴해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촬영을 하니까.
일만시간의 법칙이 있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일만 시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동석의 삶은 오직 영화 뿐이다.
1년에 3-4작품을 촬영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영화 촬영장에서 배우로 연기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팀 고릴라의 수장으로서 새로운 영화를 기획하고 프로듀싱한다. 영화 밖에 모르는 마동석이 아닌 인간 마동석은 어떤 사람일까.
- 엄청난 체격을 유지하시는 건 힘들지 않나요.
▲ 저는 기본적으로 영화에 들어가기 전에 액션이 많으면 체중을 유지하려고 애써요. 체중이 빠지면 어깨와 척추 등 골절로 수술했던 곳들이 아파서요. 항상 근육량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다행히 식스팩은 필요 없어서 식사 조절을 하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준비운동 없이 바로 액션 연기를 했는데, 요새는 아프니까 준비운동을 오래해요. 무릎 연골이 없어서 계단 내려가는 연기는 못하지만 싸움은 다할 수 있어요. 구르고 때리고 계단 올라가는 건 제가 다 하죠.
- 특별한 건강 관리 노하우가 있나요.
▲ 밖에서 영화를 워낙 많이 찍으니까 미세먼지를 많이 먹어서 기관지가 많이 안좋아졌어요. 또 액션도 영화로 보면 1분 나오지만 1분을 위해서 9시간 이상을 찍어야 하거든요. 항상 체력 안배를 하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쓰죠. 저는 술도 담배도 안해요.
- 배우가 아닌 인간 마동석은 평소에 뭘 하나요?
▲ 인간 마동석은 집에 있는 마동석이죠. 항상 집에 있어요. 집에 있거나 운동을 하러 가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이랑 팔씨름이랑 복싱을 하죠. 복싱은 자꾸 까먹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집에 있으면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에 대한 시놉시스를 독수리 타법으로 적어요. 특별히 하는 게 없어요. 인간 마동석은 심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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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라서 시놉시스를 쓰지만 그것을 보고 부연 설명을 많이 해야 돼요. 진땀 흘리면서 하고 있죠. 시놉시스를 만들고 완성시켜서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면 식상해 하는 부분이 있고 신선해 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다 저한테는 공부죠.
- 액션 영화에서는 한국 최고라고 꼽히고 있어요. 마동석이 출연하는 영화를 묶어서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소위 MCU라고 부르기도 해요. 그런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 MCU라는 말도 정말 과찬이죠. 칭찬이 아니라 놀리는 것이라면 놀림을 받아야죠. 사실 비슷한 장르의 액션 영화에서 캐릭터 변주를 하기는 어려워요. 비슷하다고 하는 평가도 이해되지만 세상 사람들 모든 분들이 제 영화를 다 본다고 생각은 안해요. 영화를 정말 좋아하고 많이 보시는 분들이 제가 나온 영화를 여러번 반복해서 보시는 거죠. 최근에는 ‘범죄도시’를 못봤는데 ‘동네사람들’의 복싱 액션이 좋았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렇게 제 갈길을 열심히 가다보면 저를 새롭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 프로듀서 마동석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 저는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 할 때, 시나리오 단계에서 이야기를 해요. 복잡한 다른 살림은 장원석 대표가 하죠. 또 영화 속 액션 신에서 합을 짜야할 때도 관여하죠. 제가 같은 무술감독이랑 수십 편을 같이 해서 그런 부분들도 호흡이 잘 맞아요. 제가 캐스팅이나 다른 부분에 관여하지는 않아요. 지금 제가 팀 고릴라에서 기획하는 작품들은 제가 안 나오는 영화가 많아요. 그런 영화들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오락성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영화로 만들고 싶어요.
- 프로듀서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감독 마동석도 볼 수 있을까요.
▲ 현재까지는 감독 마동석은 가능성이 전혀 없어요. 제가 만약에 죽기 직전에 그때 감독 한 번 해볼 걸 후회를 할 수는 있겠죠. 제가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것도 저랑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지금 까지 없었던 스타일의 회사라고 생각해주세요.
/글=박판석 기자 pps2014@osen.co.kr
/사진=지형준 기자, 키위미디어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