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빅리거들의 활약이 빛나는 2019시즌 메이저리그.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지는 승부의 세계 이면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40여일 미국 현지 취재 때 기사로 쓰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뒤늦게 풀어본다.
류현진의 그림자, 아내 배지현씨
지난 4월9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 LA 다저스 류현진이 2회 투구 중 몸에 이상을 느낀 듯 벤치에 신호를 보냈다. 투구를 즉시 중단하고 자진 강판. 다저스 구단은 왼쪽 내전근 통증이라고 밝혔다. 경기 승패를 떠나 한국, 미국 취재진 모두 류현진의 부상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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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경기에는 늘 아내 배지현씨가 함께한다. 홈과 원정 가리지 않고 관중석 곳곳에서 남편 류현진을 응원하는 배지현씨 모습을 볼 수 있다. 박수를 치기도 하고, 아쉬움에 탄식도 내뱉기도 한다. 류현진도 이닝을 마칠 때 아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사인을 보낸다. 올 시즌 류현진의 호투에는 그의 곁에서 내조를 아끼지 않는 배지현씨의 숨은 노력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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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피츠버그 라커룸에선 포수 프란시스코 서벨리와 내야수 스탈링 마르테 등 피츠버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강정호에게 살갑게 대한다.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강정호에게 녹음하는 포즈를 취하며 휴대폰을 내밀거나 얼굴을 들이밀어 웃음을 선사한다.
단순한 장난이 전부가 아니다. 강정호 역시 같은 3루 포지션의 콜린 모란이 실책을 범한 뒤 더그아웃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 역할을 한다. 이처럼 피츠버그 선수단에 깊숙하게 녹아들 수 있는 건 언어장벽이 없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미디어 상대를 위해 통역을 두고 있지만 기본적인 의사소통, 대화는 영어로 원활하게 듣고 말한다. ‘말’이 통하기 때문에 선수들과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좌충우돌 푸이그, 눈치 없는 야생마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악동’ 야시엘 푸이그(신시내티). 지난 4월8일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 원정경기에서 이적 후 처음으로 퇴장을 당했다. 팀 동료 데릭 디트리치를 향한 크리스 아처(피츠버그)의 보복구에 뿔이 난 것이다. 벤치 클리어링 때 성난 황소처럼 피츠버그 선수들을 향해 달려들다 퇴장 처리됐다.
푸이그의 퇴장 여파 속에 신시내티는 8연패 수렁에 빠졌다. 경기 후 신시내티 라커룸에도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푸이그는 역시 푸이그. 취재진이 라커룸에 들어갔을 때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전화 통화하고 있었다.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며 웃음 소리를 내기도 했다. 8연패 팀의 퇴장 선수답지 않은 여유였다.
푸이그의 돌발 행동은 4월16일 다저스타디움에서도 있었다. 친정 다저스와 첫 맞대결을 앞두고 푸이그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LA, 신시내티 양 쪽 담당 기자들로 인터뷰 룸은 인산인해.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에 기자회견이 예정됐지만 푸이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취재진은 하염없이 푸이그를 기다렸고, 신시내티 미디어 담당자가 푸이그를 찾느라 진땀을 뺐다. 결국 예정된 시간보다 69분 늦은 4시9분에 시작됐다. 푸이그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취재진도 그의 '지각'에 새삼 놀라지 않았다. 푸이그가 다저스 시절 지각은 워낙 잦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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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좁은 이곳에 유독 일본 기자들이 넘쳤다. 컵스 선발투수가 일본인 다르빗슈 유였고, 일본 기자들이 그의 공 하나 하나에 집중했다. 3열로 구성된 기자실의 절반 이상이 일본 기자들이었다. 경기 후 컵스 인터뷰에도 일본 기자들이 넘쳤다. 다르빗슈를 향한 일본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
메이저리그 데뷔 8년차가 된 다르빗슈는 올해부터 통역을 쓰지 않고 있다.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이제는 미국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직접 답한다. 막힘 없는 영어 실력에 인터뷰도 물 흐르듯 진행됐다. 물론 미국 취재진이 빠지고 난 뒤 일본 기자들만 있을 때는 익숙한 일본어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 이상학 기자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