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물드는 가을부터 벚꽃이 지는 봄까지, 코트는 땀으로 흥건히 적셔졌다. 그 과정에서 웃는 자들이 있었다면, 고개를 떨군 자들도 있었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겠지만 농구와 함께 했던 한 시즌 동안 환희와 눈물이 교차했고, 그들의 뜨거운 열정에 팬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2018-2019시즌 여자프로농구(WKBL)와 남자프로농구(KBL)의 대향연이 마무리 됐다. WKBL 은 2018년 11월 3일 시작해 지난 3월 25일 챔피언결정전 4차전을 끝으로 청주 KB스타즈의 3 전 전승 우승으로 마무리 됐다.
KBL은 2018년 10월 13일부터 지난 4월 21일 챔피언결정전 5차전을 마지막으로 울산 현대모 비스의 4승1패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누군가는 새로운 왕조가 시작됐음을 알렸고, 또 다른 누군 가는 굳건한 강자의 재확인, 왕조의 부활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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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6시즌 동안 우리은행 천하였던 WKBL 판도는 올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에도 왕좌를 수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정규시즌 2위에 그쳤고, 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 3 위에 오른 삼성생명에 패하며 탈락했다.
우리은행이 내려온 왕좌의 자리는 KB스타즈가 차지했다. KB스타즈는 올해 28승7패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우리은행과 단 1경기 차이의 박빙이었다.
안덕수 감독의 지휘 아래 정규시즌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KB스타즈는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을 2승1패로 꺾고 올라온 삼성생명을 맞이해 체력과 전력차의 우위로 3전 전승의 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963년 팀 창단, 그리고 1998년 WKBL 창단 이후 사상 첫 챔피언 결정전 우승과 통합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우리은행의 아성을 무너뜨린 KB스타즈의 저력은 3년차를 맞이한 박지수의 코트 지배력이었다. 골밑을 지배한 박지수의 활약을 밑바탕에 깔고 베테랑 포워드 강아정의 존재감, 부쩍 성장한 심성영과 염윤아 등의 활약이 더해졌다.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은 스코어러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 결과 박지수는 정규시즌 13.06점 11.11리바운드 1.74블록의 기록을 남기며 정규시즌 MVP 를 수상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의 활약은 더욱 돋보였다. 3경기 내내 20점-10리바운드 이상씩을 기록하며 팀을 완전히 이끌었고,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따냈다. 역대 최연소 정규리그, 챔 피언결정전 통합 MVP라는 대기록.
KB스타즈의 사상 첫 통합 우승, 그리고 박지수의 연이은 MVP 수상 소식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동안 우리은행의 독주로 리그의 재미가 반감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박지수가 공수 양면에서 완전히 기량을 만개시키며 KB스타즈를 정상권으로 이끌었다. 2018-2019시즌은 KB스타즈가 박지수와 함께 세울 새로운 왕조의 시작점이었고, 박지수는 여 왕 자리에 오르는 대관식을 치렀다고 볼 수 있다. 박지수의 KB스타즈 시대가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 WKBL의 최고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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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는 2018-2019 시즌을 시작하기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다.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 양동근과 이대성의 존재는 기본이었고 최고의 외국인 선수이자 이제는 한국인으로 귀화한 라건아까지 합류했다. ‘만수’ 유재학 감독이 버티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아무도 그들을 의심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이대성, 양동근이 나란히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종현까지 슬개골 골절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현대모비스의 최대 위기였다. 우승 후보 전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전력은 약화됐다.
그러나 ‘만수’는 역시 달랐다. 빈 자리가 곳곳에 드러났지만 라건아가 묵직한 존재감으로 팀을 지탱했다. 함지훈과 오용준이라는 베테랑들도 있었고, 슈터 문태종과 가드 박경상이 알토란 같이 활약했다. 공백을 십시일반 나눠 채우며 이대성과 양동근이 빠진 시기를 버텨냈다.
결국 현대모비스는 최대 위기를 극복하고 정규시즌 43승 11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전자랜드와는 8경기라는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전주 KCC와 전자랜드를 차례대로 격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KCC와 4강 플레이오프는 3승 1패, 전자랜드와의 챔피언결정전은 4승1패로 압도했다. 라건아, 양동근, 이대성의 삼각편대가 적절하게 돌아갔다. 여기에 단신 외국인 선수 섀넌 쇼터가 정규시즌 이상의 존 재감을 과시하며 팀의 우승을 이끈 해결사가 됐다.
특히 이번 시즌을 통해 현대모비스를 지탱하는 무게 중심 하나가 이동했다. 팀을 진두지휘했던 양동근이 이제 전방보다는 후방으로 빠졌고, 이대성이 그 자리로 올라서면서 팀을 이끌었다. 점진적인 세대교체, 그리고 신구조화의 앙상블을 만들어 냈다. 이대성이 한 뼘 더 성장을 하면서 현 대모비스는 더 이상 ‘양동근 원맨팀’으로 불리지 않게 됐다. 이대성은 챔피언결정전 MVP로 성장을 증명했다.
‘어우모(어차피 우승은 현대모비스)’, ‘모벤져스’(모비스+어벤져스)라는 단어를 고스란히 증명한 한 시즌이었다. 그만큼 현대모비스의 독주 체제는 2018-2019시즌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였다. 통산 7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 통산 5번째 통합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두 가지 모두 역대 KBL 최다 기록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의 대업이 완전히 쉽게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대항마인 전자랜드의 기세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정효근, 강상재의 젊은 포워드진의 성장세가 두드러졌고, 김낙현, 김상규, 이대헌 등 식스맨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박찬희의 경기 조율 능력을 바탕으로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와 기디 팟츠가 조화를 이루며 정규시즌 2위,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현대모비스의 숨통을 조여올 만큼 무섭게 치고 오르며 현대모비스의 우승을 저지할 뻔 했지만, 주연이 아닌 조연에 만족해야 했다. /조형래 기자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