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차’ ‘아빠차’ ‘오빠차’ ‘강남 쏘나타’…. 이 모든 게 모두 현대자동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하나같이 시대를 반영하는 상징을 안고 있다. 지난 35년간 8세대까지 진화한 최신판 ‘쏘나타’가 듣고자 하는 애칭은 뭘까? 달라진 스타일로만 본다면 혹시 ‘내 차’가 아닐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단어 ‘마이카’ 말이다.
1세대 ‘쏘나타’의 시작은 1985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스와 전철을 타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도로에 ‘포니’가 늘어나고 있었지만 그 포니 조차도 쉽게 살 수 있는 차는 아니었다. 쏘나타의 시작은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축적된 부가 좀더 큰 차, 좀더 고급스러운 차에 대한 수요를 일으켰다.
포니의 성공 이후 1983년 5월 출시된 중형차 ‘스텔라’가 쏘나타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됐다. 스텔라는 현대자동차가 자체 개발한 최초의 모델이자, 포니에 이은 현대차 제2의 고유모델이었다. 출시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스텔라이지만 스텔라는 1,400cc, 1,600cc 엔진을 달고 있었다. 중형차의 외관에 소형차의 엔진을 얹은 과도기적 모델이었다. ‘대표 중형차’의 임무를 뒤따라온 쏘나타에 맡기고 자동차 역사에서 빠르게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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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 비교평가 테스트까지 해가며 상품력을 끌어 올렸다. 그렇게 탄생한 2세대 쏘나타는 최첨단 스타일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차로 미국 시장에 어필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후륜구동 대신 전륜구동을 선택한 판단이 주효했다. 혹독한 겨울이 있어 눈길과 빙판길을 극복해야 하는 우리나라 날씨에 후륜구동의 중형 세단은 한계가 있었다. 각진 디자인에서 공기 역학에 기반한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도 이 때 도입됐다.
1991년에는 2세대 쏘나타의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다. 이름은 ‘뉴 쏘나타’라 불렸다. 페이스리프트이지만 기술면에서는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고급 대형차에 주로 쓰이던 DOHC(Double Over Head Camshaft) 엔진이 국산 중형차 최초로 탑재됐다. 차량 디자인은 유선형으로 더욱 유려해졌고, 중형 택시 시장을 겨냥해 LPG 연료를 사용하는 모델도 나왔다. 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ABS)도, CD 플레이어도 이 모델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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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는 ‘EF쏘나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EF쏘나타’가 탄생한다. 원 모델보다 전장이 35mm가 늘어나면서 차체 사이즈가 준대형급으로 커졌다. ‘뉴 EF쏘나타’를 기점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4년 미국 JD파워가 선정하는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중형차 부문 1위를 차지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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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YF 쏘나타는 2009년 9월 탄생한다. 이 모델은 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했다. ‘플루이딕 스컬프처’라는 역동적이고 유려한 디자인은 미국의 중형차 시장에서 경쟁 브랜드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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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서는 수입차들이 본격적으로 몰려 오기 시작했다. 2009년 6만 993대가 등록된 수입차 시장은 그 이듬해 9만 562대로 크게 늘어난다. 자동차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그 인식 변화의 중심에 쏘나타가 있다. 이어지는 7세대 쏘나타가 소비자 인식 변화의 화살을 정통으로 맞았다.
2914년 7세대인 ‘LF 쏘나타’가 나오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전같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인식은 이미 쏘나타 그 이상을 바라고 있었다. 현대자동차로서도 LF 쏘나타가 중대한 기로가 됐다. 디자인, 주행성능 그리고 안전성까지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한 차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방향성 아래 이 차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차체강성을 강화하고 플랫폼 개선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려는 노력들이 대표적인 변화의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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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LF 쏘나타의 인기는 예전같지 않았고, 2017년 7.5세대 모델 ‘쏘나타 뉴 라이즈’를 서둘러 출시했다. 이 모델에 ‘7.5세대’라는 특별 분류를 부여하는 것만 봐도 LF 쏘나타의 고전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 한다. ‘쏘나타 뉴 라이즈’는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캐스캐이딩 그릴’을 적용하며 모양을 확 바꿨다. 우여곡절 끝에 LF 쏘나타는 5세대 NF(158만 8,069대)보다 적은 149만 6,295대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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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대 신형 쏘나타도 그 흐름을 벗어나지 않았다. 가장 세련 되고 가장 날렵한 쿠페형 스포츠 세단으로 디자인이 바뀌었다. 8세대 신형 쏘나타의 외침은 분명했다. 더 이상 오빠차도 아닌, ‘내가 타고 싶은 차’였다. /강희수 기자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