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PC방 붐업과 스타크래프트 출시 등 IT문화의 확산과 함께 등장한 e스포츠는 급속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디지털 사회를 바탕으로 탄생한 e스포츠는 대중적 인기가 있는 게임을 중심으로 젊은 층을 빠르게 휘어잡았다.
‘e스포츠가 스포츠’냐는 논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스포츠 종목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변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e스포츠가 스포츠로 인정받는 날은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말처럼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e스포츠 또한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초창기 10년간 두각을 보였던 스타크래프트 중심의 RTS(Real Time Simulation) 장르에서 종목이 다변화 됐고, 이제는 전세계에서 e스포츠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아울러 시장 규모도 질적과 양적으로 팽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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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장에서 e스포츠의 가치는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e스포츠를 ‘미래를 바꿀 거대한 산업분야 트렌드 8가지’ 하나로 선정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나날이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폭넓은 팬층이 형성된 e스포츠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e스포츠 시청자가 2018년 1억 6700만 명에서 2022년 2억 76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 현재도 e스포츠 시청자가 메이저리그(야구) 시청자 1억 1400만명보다 시청자가 많으며, 2022년에는 미국 최대 스포츠인 NFL(미식축구) 시청자 2억 7000만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오쎈플러스에서는 e스포츠의 지난 20년간의 흐름을 정리해보았다.
#광안리 10만 관중 신화
1997년 스타크래프트 발매와 함께 전국적으로 초고속인터넷과 PC방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e스포츠는 2000년 온게임넷과 겜TV, 2001년 MBC게임이 개국하면서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한 개인리그의 기세가 한 풀 꺾인듯했지만, 프로리그나 팀 리그같은 단체전이 생기면서 팬들의 관심을 다시 돌리는데 성공했다.
2004년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SK텔레콤과 한빛소프트의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전은 무려 10만명의 인파를 광안리 백사장에 모으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듬해인 2005년에도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전을 찾아오면서 부산은 새로운 e스포츠의 성지로 자리잡았다.
#흔들리는 기반, 찾아온 위기
광안리 10만 관중 신화 이후 대기업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기업들이 프로리그에 참가했다. 뿐만 아니라 공군에서도 세계 최초로 군 게임단을 운영했고,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방송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e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중계권 도입과 맞물려 대 위기가 찾아왔다. 스타크래프트 중심의 프로리그가 중계권 도입을 결정하면서 지적재산권을 가진 블리자드와 마찰이 시작됐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기반 자체에 치명상을 입었다. 덩달아 블리자드와 마찰은 스타크래프트2 출시와 함께 갈등으로 극대화됐다.
게임사, 협회, 프로게임단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적 관계에서도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적재산권 갈등은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한 때 12개팀으로 운영되던 프로리그는 7개 기업팀만 남는 상황이 됐고, 3개 기업팀의 선수들을 모아 8게임단을 만들 정도로 기반이 흔들렸다.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과 북미
쇠퇴하던 e스포츠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가 세계적으로 붐을 타면서 다시 열기가 살아났다. ‘페이커’ 이상혁, ‘프레이’ 김종인, ‘매드라이프’ 홍민기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면서 파급력이 갈수록 강해졌다.
여기다가 중국이 e스포츠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기존 국내에서 하던 투자와 달리 중국은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영입에 나섰다. 국내에만 한정됐던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해외로 돌아섰고, 중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몸 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LOL의 대항마로 등장한 오버워치가 ‘오버워치 리그’ 출범을 공지하면서 e스포츠의 경제적 가치는 더욱 커졌다. 프렌차이즈 도입을 통해 북미에서도 본격적으로 e스포츠 시장에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자금을 유입되자, 미래 기대치도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갔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전세계 e스포츠 산업은 지난해 8억 69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에서 2022년 29억 6300만 달러(약 3.3조) 규모로 매해 35% 고성장 한다고 전망했다. 이는 90년 역사 축구리그 스페인 ‘라 리가’의 연간 시장 규모인 약 28억 달러(약 3.1조원)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국내도 해외 자본이 유입됐다. 중국계 미국인 캐빈 추가 삼성 갤럭시를 인수하고, 오버워치 루나틱하이의 선수들을 영입해 젠지 e스포츠를 만들었고, 다른 LOL 프로팀이었던 IM은 중국 기업 롱주를 거쳐 FEG에 매각되어 팀 이름을 킹존으로 변경했다.
눈부시게 성장한 e스포츠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다. 올림픽 종목까지 내다볼 정도로 시장의 가치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e스포츠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기대가 된다. /글, 사진=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