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biz=강희수 기자] 내주 출시를 앞둔 쌍용자동차의 새로운 SUV ‘토레스’에는 전후면에 엠블럼이 없다. 대신 뒤쪽에 ‘토레스’라는 차명이 큼지막하게 영문자로 새겨져 있고(레터링), 트렁크 우측 하단에 ‘쌍용’이라는 브랜드명이 영문자로 박혀 있다. 외관에서 굳이 쌍용차의 엠블럼을 찾으라면 네 바퀴의 축 커버에나 가야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엠블럼을 떼버린다는 건 대단한 모험이다. 일단 회사 내부에서 반발이 크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느냐는 반론이 강하게 인다.
토레스도 마찬가지였다. 토레스의 외장 디자인팀 문일한 팀장은 29일 미디어 관계자들과의 디자인 설명회에서 “엠블럼을 없애자고 했을 때 딜러들로부터 반대 목소리가 크게 나왔다. 그러나 엠블럼을 그릴 가운데 박아 둔 상태에서는 쌍용차 SUV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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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는 지난 29일, 토레스 디자인 설명회를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 디자인 센터에서 열었다. 쌍용차에서 출시 행사와는 별개도 디자인만을 주제로 미디어 행사를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할 말이 많았던 게다.
이날 행사에서 기자들의 관심사는 ‘토레스’였다. 제품 사진을 촬영할 순 없었지만 실차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의 진짜 핵심은 쌍용차가 디자인 철학을 드디어 정립했다는 데 있었다. 지난 2020년 타 브랜드 출신 디자이너를 책임자로 영입해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정립하는 작업을 해 왔던 쌍용차다. 마침내 디자인 철학이 완성됐고, 그 첫 번째 작품이 토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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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 상무는 “쌍용차를 좋아하는 고객들에게 그들의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위대한 유산을 가진 쌍용차는 자동차 시장에서 다시 밝게 빛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상무가 정립한 디자인 철학은 ‘Powered by Toughness’다. 우리말로 하면 ‘강인함에 의해 추진되는 디자인’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강인함의 디자인’으로도 부를 수 있겠다. 예전의 코란도와 무쏘 디자인이 보여줬던 강인함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얘기다. 코란도와 무쏘가 활보하던 시절보다는 여가를 즐기는 인구가 크게 늘었고, ‘아웃도어 라이프’라는 새로운 문화도 생겼다. 정통 SUV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쌍용차로서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환경이다.
토레스 디자인이 ‘Powered by Toughness’라는 철학에서 탄생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토레스에는 현실적인 타협이 들어갔다. 이강 상무는 “토레스는 쌍용자동차 회생의 키를 쥐고 있는 차이다. 우리의 새 디자인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토레스가 많이 팔려야 하고, 그래야 우리도 자신 있게 다음 스텝을 내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토레스 디자인이 도심형 SUV의 분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이유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레스는 몇 가지 정립된 디자인 언어를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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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곤감리의 후미등 디자인은 향후 다른 차에도 응용되는데, 차급에 따라 서로 다른 ‘효’가 선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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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만 공개된 ‘KR10’ 프로젝트는 코란도의 야성을 액면 그대로 계승한 정통 오프로더다. 현재 모델은 이미 완성됐고, 시장조사까지 완료한 상태라고 이강 상무는 밝혔다. 쌍용차의 새 주인은 입성하자마자 열매부터 챙기는 건 아닌 지 모르겠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