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biz=강희수 기자] ‘케이스 바이 캐스퍼(Case by CASPER)‘.
현대자동차는 이 차에다 이런 슬로건을 달았다. 케이스 바이 캐스퍼, 줄여서 ‘케바캐’다. 메시지는 ‘캐스퍼가 새로운 케이스를 만든다’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서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한 경우’를 산업 이슈만으로는 해명할 길이 없어 정치학까지 동원되고 있다.
캐스퍼를 생산하는 공장은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이 아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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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M의 최대주주는 광주시 산하의 ‘광주그린카진흥원’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공장을 운영하는 구조다. 2대 주주는 현대자동차다.
GGM의 근로자는 대부분 자동차를 조립하는 생산직이다. 현재 570명이 일하고 있는데 평균 연령이 28.3세다. 평균 임금도 현대자동차 생산직 근로자와는 크게 차이가 나 주44시간 근무 기준 3,500만 원이다.
이들은 직무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현대자동차에서 파견된 숙련된 근로자들로부터 직무 교육을 받는다. 현대차에서 파견된 교육담당자들은 생산라인에 상주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대처한다.
▲대통령의 차?
일단, GGM이 탄생한 배경이 다분히 정치적이다. 대기업의 고임금 구조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다는 논리에서 시작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폐쇄로 호남지역 경제가 휘청거린 것도 GGM 출범의 배경이 됐다.
GGM은 2019년 9월 설립됐지만 아직 노조는 없다. 대신 노사상생협의회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갈등을 조율한다. 노사상생협의회는 GGM의 수탁생산 전문기업 성장을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 불과 2년 사이에 ‘캐스퍼’라는 인기 차종을 양산할 정도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캐스퍼의 판매 호조로 내년엔 500명가량의 근로자를 추가 채용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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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를 사기 위해서 전국 각지에 있는 현대자동차 대리점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점도 특이하다. 캐스퍼는 딜러상이 아니라 ‘캐스퍼 온라인 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완전한 온라인 판매방식
캐스퍼는 현대자동차가 처음으로 시도한 온라인 판매 차량이다.
국산이나 수입차 브랜드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도한 사례는 더러 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온라인에서 ‘계약’하고 딜러상으로부터 ‘구매’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판매 방식을 일부 도입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데 캐스퍼는 구매 과정에서 기존의 현대차 딜러망, 즉 대리점이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차를 구매 계약하면, 전국 200여 곳의 블루핸즈(현대차 서비스 네트워크)와 용품시공 가맹점에서 차량 인도가 이뤄진다. 전시차 관람은 대리점이 아닌 전국 29개 상설 전시장에서만 가능하다. 이 곳에서는 ‘캐스퍼 스튜디오’라는 공간에서 실차를 경험하고 시승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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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파는 트렌드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상품의 단가 수준이 높고 딜러망이라는 전통적 판매 방식 때문에 오히려 도입이 늦은 게 자동차 분야다. 현대차 판매 노조의 위기감은 이런 트렌드에서도 읽을 수 있다. 현대차는 온라인 판매를 캐스퍼로 한정하는 선에서 노조와의 갈등을 피하고 있다.
▲캐스퍼는 어떤 차?
캐스퍼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차급의 ‘엔트리 SUV’다. 디자인은 개성이 넘치고, 차체는 작아도 실내 공간은 용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이 된다.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고 앞좌석에는 사고시 운전자와 동승자끼리 충돌을 막는 ‘센터 사이드 에어백‘이 기본으로 설치돼 있다.
외관 디자인은 MZ세대를 유혹하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단단하고 다부진 차체 전면부에 독특한 분리형 헤드램프를 박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파라메트릭 패턴의 전면 그릴과 후면 리어램프가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더하고, 액티브 모델(터보 모델)에는 원형 인터쿨러 흡입구, 메시타입 그릴, 스포티한 디자인의 스키드플레이트를 달아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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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콘솔은 없애고 기어노브를 대시보드에 탑재해 개방성을 살렸으며 벤치형 시트를 얹어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1열 시트는 투톤 컬러, 시트 후면 가장자리에는 지퍼 형태의 박음질을 넣어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1, 2열 전 좌석은 폴딩(등받이를 앞으로 접는 것), 슬라이딩(시트를 앞뒤로 움직이는 것), 리클라이닝(등받이를 앞뒤로 기울이는 것)이 모두 된다. 모든 좌석을 접고, 기울이고, 밀고 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운전석 시트가 앞으로 완전히 접히는 풀 폴딩(Full-folding) 시트를 세계 최초로 캐스퍼에 넣었다. 2열 시트는 최대 160mm 앞뒤로 이동할 수 있고 최대 39도로 젖힐 수 있다. 후석 시트를 앞쪽으로 최대한 밀면 301L의 적재 공간이 만들어지고, 1,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실내에 최대 2,059mm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겉에서 보기엔 작은 캐스퍼이지만 속은 레저, 아웃도어용이다.
▲작을수록 더 안전하게
캐스퍼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포함한 7 에어백이 기본으로 들어갔다. 또한 경량화 공법인 핫스탬핑을 주요 부위에 집중적으로 시공해 충돌 시 차체 변형을 최소화되도록 했고, 고강성 경량 차체 구현으로 비틀림 강성과 평균 인장 강도를 높였다.
캐스퍼 전 트림에는 지능형 안전기술인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보행자/자전거 탑승자),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차로 유지 보조(LF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 전방차량 출발 알림 등을 경형 최초로 기본 적용했다.
모던 트림부터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교차로대향차),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포함된 현대 스마트센스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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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는 가솔린 1.0 엔진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데, 가솔린 1.0 터보 엔진을 탑재한 터보 모델은 ‘캐스퍼 액티브’라는 선택 사양으로 운영한다.
가솔린 1.0은 최고 출력 76PS(마력), 최대 토크 9.7kgf·m, 복합연비 14.3km/ℓ를 확보했고 가솔린 1.0 터보는 최고 출력 100PS, 최대 토크 17.5kgf·m, 복합연비 12.8km/ℓ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모던 트림부터는 눈길, 진흙길, 모래길 등 주행조건과 노면 상태에 따라 구동력, 엔진 토크, 제동 등을 통합 제어하는 2WD 험로 주행 모드를 기본으로 탑재, 다양한 노면에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캐스퍼의 판매가격은 기본 모델 ▲스마트 1,385만원 ▲모던 1,590만원 ▲인스퍼레이션 1,870만원이다.
1.0터보 엔진과 역동적인 전용 외장 디자인으로 구성한 선택 사양 ‘캐스퍼 액티브’는 모든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스마트ㆍ모던 95만원 ▲인스퍼레이션 90만원이 추가된다. /강희수 기자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