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동력 잃었다… 잇단 악재에 휘청이는 블리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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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biz=임재형 기자] 지난 1991년 설립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는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잘 알려진 게임사다.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퀄리티가 좋지 않으면 프로젝트를 뒤엎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같이 꼼꼼하게 게임을 개발하는 덕분에 블리자드는 다수의 명작을 뽑아냈다. ‘워크래프트 시리즈’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디아블로 시리즈’ 등 PC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타이틀들은 다 블리자드의 역작이다.

전 세계적으로 블리자드 게임은 엄청난 흥행 성적을 달성했다.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최전성기를 이끈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지난 2008년 ‘리치 왕의 분노’ 확장팩 시절 출시 당일 28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하면서 PC 부문 신기록을 경신했다. 명작 ‘스타크래프트’는 지난 2013년 판매 기록으로 기네스에 오른 바 있다.

이처럼 ‘웰메이드’ 게임으로 이름을 날렸던 블리자드가 최근 여러 악재에 시달리며 휘청이고 있다. 본업인 ‘게임을 잘 만든다’는 평가도 뒤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21년에는 사상 초유의 성비위 사건이 터졌다. 여러 논란이 터진 블리자드는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동력까지 꺼질 위기에 놓인 상태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특유의 개발 ‘장인정신’ 사라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블리자드의 개발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는 지난 2010년대 초반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났다. 블리자드에 대한 팬들의 원성이 극심해진 사건은 지난 2019년 블리즈컨이다. 당시 팬들은 매년 블리자드의 최신 소식을 전하는 블리즈컨에서 새로운 AAA게임(트리플A, 블록버스터급 게임) 발표를 원했다. 대형 게임사로서 팬들이 원하는 기대작을 공개하는 것은 가장 큰 이벤트다.

하지만 당시 블리자드는 모바일 게임인 ‘디아블로 이모탈’을 공개하면서 빈축을 샀다. “핸드폰 없느냐”는 디렉터의 발언은 팬들의 원성에 기름을 부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2022년 상반기까지 출시가 연기된 상태다. 온갖 ‘연기설’을 딛고 2022년 상반기를 출시 목표로 잡았다.

‘디아블로 이모탈’ 외에도 블리자드의 신작 혹은 출시 예정작들은 모두 암초를 만나 휘청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은 지난 2020년 1월 출시한 ‘워크래프트3’의 리마스터작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다. 명작 ‘워크래프트3’를 현 시대 사양에 맞게 바꾼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세계 최대 게임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 많은 팬들은 높은 퀄리티와 함께 블리자드의 부활을 기대했다.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기대 이하의 퀄리티로 출시되면서 게임을 손꼽아 기다린 팬들을 제대로 배신했다. ‘오버워치’도 마찬가지다. 블리자드의 주요 IP(지식재산권) 중 하나인 ‘오버워치’는 콘텐츠 추가가 매우 느린 것으로 유명한데, 이같은 평가를 뒤집을 신작 ‘오버워치2’는 론칭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내 성비위 사건 터진 블리자드… 어디까지 추락하나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던 블리자드는 지난 7월 21일 충격적인 사건이 밝혀지면서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7월 21일 캘리포니아주 평등고용주택부는 블리자드를 ‘성차별, 직원들에 대한 보복, 차별과 폭행 방조, 임금차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2년 이상 조사 결과 블리자드의 여성 직원들이 고용 조건에서 차별 당했으며 성희롱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이번 사건의 여파는 매우 컸다. 약 800명 이상의 블리자드 직원들은 성명문을 발표하고 파업을 예고했다. 블리자드는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가해자들을 해고했다. 다수의 개발자 공백이 예상되면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개발은 지연되었으며, 주요 IP들의 업데이트 계획은 모두 미뤄졌다. 블리자드는 주요 개발자들의 이름을 게임 내 캐릭터 및 NPC에 적용시켰는데 이들도 모두 개명할 예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블리자드의 대표 e스포츠 ‘오버워치 리그’의 후원이 상당수 끊긴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오버워치 리그’는 공식 스폰서 중 코카콜라를 제외하고 T모바일, 스테이츠팜, 켈로그, 프링글스 등 주요 후원사들이 모두 계약을 중단했다. 성비위 사건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다면 지난 2019년 야심차게 출범한 ‘오버워치 리그’는 존폐의 기로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lisc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