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biz=임재형 기자] e스포츠는 PC방에서 열리던 소규모 대회가 어느새 세계 각지의 기업, 스포츠단이 탐내는 분야가 됐다. e스포츠 산업의 성장 속도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지난 2019년 기준 8억 6900만 달러(약 1조 210억 원)에서 2022년까지 29억 6300만 달러(약 3조 48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연 평균 35% 이상 성장해야 가능한 수치다.
LOL e스포츠의 한국 지역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도 산업의 성장 및 e스포츠의 세계화에 발맞춰 2021년부터 프랜차이즈화를 결정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 도입으로 LCK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성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 승강제 폐지, 2군 리그 창설, 선수 지원 강화 등 다양한 제도가 갖춰지며 LCK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팀 운영이 가능해졌다.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e스포츠 리그로 다시 태어났다.
리그의 프랜차이즈화와 함께 LCK의 10개 팀은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쎈비즈는 LCK 10개 팀의 아카데미 시스템을 살펴볼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다섯 번째 팀은 리브 샌드박스다. 2019시즌부터 LCK에 합류한 리브 샌드박스는 10개 팀 중에서는 후발 주자에 속한다. 출발 지점은 늦지만 리브 샌드박스는 여러 고민과 함께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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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일, 오쎈비즈는 리브 샌드박스의 정회윤 단장을 만나 리브 샌드박스 LOL 아카데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리브 샌드박스가 아카데미를 본격적으로 운영 한 것은 2년째다. LCK 프랜차이즈 발표 전부터 선수 육성을 위해 시스템을 구축한 리브 샌드박스는 스카우트, 유소년 전담 매니저를 갖추고 자라나는 새싹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리브 샌드박스는 ‘될성부른 떡잎’을 발굴하기 위해 모집 단계부터 데이터를 적극 활용 중이다. 단순 수작업이 아니라 통계적인 접근을 통해 선수들의 재능을 꼼꼼하게 발굴하려 하고 있다. 정회윤 단장은 “우리가 게임에 대한 지식, 팀워크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우선적으로 체크하고 있다”며 “최근엔 ‘유어지지’와 데이터 러닝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스카우팅을 시도하고 있다. 조금 더 과학적으로 선수 발굴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카데미에 속한 선수들은 코치진 및 1, 2군 선수들과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어 있다. 시즌 도중엔 로스터가 고정되지만 오프시즌때 1, 2, 3군 코치진이 소통하며 의견을 나눈다. 정회윤 단장은 “장래, 발전 가능성이 보이면 콜업이 된다. 1군의 ‘하울링’ 전호빈과 2군의 ‘킹콩’ 변정현이 기회를 받은 선수들이다”며 “선수들 간에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교류가 잦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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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윤 단장은 이처럼 잘 키워낸 선수들이 오랫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지속하며 LOL e스포츠 내에서 빛나기를 바라고 있다. 정회윤 단장은 “우리 팀에 가장 큰 자산은 선수다. 선수들이 다년 간 활동하며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어떻게하면 선수 수명을 늘릴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이에 멘탈 및 피지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비록 나중엔 떠나갈 수 있지만 선수가 성장해 현 최고의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 ‘쇼메이커’ 허수처럼 활약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구축해 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회윤 단장은 아직 고민이 많았다. 현 e스포츠 시장은 ‘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최고의 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1군 선수들은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팀은 연습 과정에서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회윤 단장은 보다 자유로운 운영이 가능한 3군(아카데미) 선수들에게 효율적인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정회윤 단장은 “1군은 바꾸기 쉽지 않겠지만 3군은 실용적인 방안을 고민 중이다. 리브 샌드박스는 창단 3년, LCK 프랜차이즈 1년차인 회사다. 아직 완성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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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있는 팀을 구성하기 위해서 리브 샌드박스가 코어로 삼는 건 바로 육성이다. 리브 샌드박스는 2021시즌 정글러 ‘크로코’ 김동범의 신인왕 수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냈으며, 2군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회윤 단장은 “‘될성 부른 떡잎”을 알아보는 경쟁에서 누구보다 빨리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빛나기 시작하는 구간을 마스터-다이아1이라고 본다면 그 아래 단계부터 원석을 발굴해야 한다”며 “데이터 활용도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 다른 팀에 질 생각은 없다. LCK 세대교체에 기여하는 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회윤 단장은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예시로 들며 리브 샌드박스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사전에 실린 ‘화수분’의 뜻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다. KBO에서 두산은 자체 팜에서 선수를 수급하며 꾸준히 상위권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FA로 주전급 선수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성장한 신인 선수들로 빈 틈을 메웠다.
“KBO의 두산처럼 우리는 LCK에서 육성을 잘하는 팀으로 평가받고 싶다. 최근 아카데미를 거쳐 2군으로 올라간 선수들이 플레이오프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특히 미드 라이너 ‘톨란드’ 서상원은 국가대표에 뽑히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LCK에서 육성을 잘하는 팀,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팀이 됐으면 한다. 부족한 점 보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lisc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