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플랫폼 대전, ‘상품’아닌 ‘정보’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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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플랫폼’. 사전적으로는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다. 여행의 시작과 끝이 여기서 이뤄진다. 비즈니스 용어로 확장되기 딱 좋은 단어다. 과학 기술 영역에서는 특정 장치나 시스템의 기초가 되는 틀 또는 골격을 지칭하는 용어가 됐고, 비즈니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판’을 뜻하는 용어가 됐다. 플랫폼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네이버’라는 포털은 한 때, ‘지식인’으로 통했다. 상식과 역사, 뉴스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모든 정보를 깔끔하게 충족시켜 주는 곳이 네이버였다. ‘궁금하면 네이버에 물어보라’라는 말이 만들어지게끔 정보를 끌어 모았더니 사람들은 컴퓨터를 켜면 맨 먼저 네이버를 열었다.

정보 창구로 시작한 네이버가 이제는 유통업계의 공룡이 됐다. 구매할 물건이 필요한 사람들은 구매에 필요한 정보를 네이버에서 구하기 시작했다. 이왕 몰린 사람들을 그냥 둘 수 없다. 자연스럽게 네이버에 물건을 사고 파는 장터가 만들어졌다. 지식을 구하기 위해 몰려들었던 사람들처럼 구매자들도 네이버의 상품 정보를 신뢰했다. 사기 위험이 다분한 온라인 장터에서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네이버에 마련된 장터에서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상품’이 아닌, ‘정보’를 믿고 지갑을 연 셈이다.


네이버가 유통공룡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 기업들은 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더 크고, 더 편리하고, 더 신뢰성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유통산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체가 됐다.

뒤이어 네이버에 견줄만한 유통 플랫폼이 속속 등장한다. ‘로켓 배송’을 무기로 내세운 ‘쿠팡’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가 쿠팡의 존재감을 크게 키웠다. 코로나 팬데믹은 롯데나 신세계 같은 전통 유통 강자들에겐 위기였지만 쿠팡에는 기회였다. 다른 경쟁업체가 흉내낼 수 없는 배달망을 무기로 로켓처럼 솟아 올랐다.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은 ‘유통 플랫폼’의 대세장악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쿠팡은 이를 계기로 만년 적자기업에서 100조 기업으로 각광받는 존재가 됐다.
쿠팡의 급부상은 기득권자들을 또 자극했다. 네이버가 CJ와 지분동맹을 맺고 CJ대한통운을 이용한 풀필먼트(입점 판매자의 배송·포장·재고 관리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쿠팡의 강점이자 네이버의 약점이었던 배송 문제 해결책을 CJ와의 협력을 통해 찾았다.

유통업계 전통 강호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내년 7월 합병 방침을 밝혔고, 이마트도 SSG닷컴과의 경영통합 방안을 내놓았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의 제휴를 공식화했다. 자회사인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아마존을 선택한 건 ‘글로벌화’ 전략으로 이어진다.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이 제시됐다.

유통 공룡들의 최근 행보는 합종연횡을 통해 체격과 효율성을 키우려는 노력으로 설명이 된다. 이 같은 전략이 수립되는 이론적 바탕은 결국 ‘플랫폼’이다. 플랫폼을 잡는 자가 유통을 호령할 수 있다는 새 진리가 탄생했다.

소비자들은 구매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고민을 한다. 구매 물품의 브랜드 평판과 사용후기, 가격 비교 같은 필수과정을 거친다. 가장 신뢰성 높은 정보를 주는 곳에서 구매도 한다. 그 곳이 바로 플랫폼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