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희수 기자] 한 지붕 두 가족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친다. 형제 브랜드끼리 경쟁해 봤자 얼마나 하겠나 생각하면 오산이다. 외부인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경쟁할 수 없는 영역도 존재한다. 현대기아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는 현대-기아가 공유하는 자산이다. 각자의 기술 경쟁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현대차와 기아가 경쟁할 수 있는 범위는 디자인과 상품 구성, 마케팅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라인업을 견제하면서 우월한 지위에 오르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다.
기아 K8은 치열한 내부 경쟁에서 탄생한 산물이다. 그 동안 현대차와 기아는 라인업 구성에서 모종의 불문율을 따르고 있었다. 아반떼와 K3, 쏘나타와 K5, 그랜저와 K7 같은 공식을 은연 중에 지키고 있었다. 그랬더니 짝이 안 맞는 세그먼트가 생겼다. 기아의 플래그십 K9이다.
![]() |
이후의 상황은 기아도 모른다. 기아가 모르니 현대차는 더 모른다. 싸움의 틀이 흔들려 버렸다. 기아가 선제공격을 했고, 기아는 현대차의 대응에 따라 다음 수를 두면 된다.
![]() |
수치상으로는 K9의 5,120mm(전장), 3,105mm(휠베이스)에 비해 많이 모자라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종전의 K7보다 확연히 길어 보이고 고급스럽다. K7과 제원이 유사한 제원을 가진 그랜저(전장 4,990mm, 휠베이스 2,885mm)와의 차이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자동차’를 떼 버리고 ‘기아’로 사명을 바꾼 기조는 ‘K8’의 홀로서기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K8은 전장만 길어진 게 아니다. 결정적으로 사륜구동 모델이 있다. 그랜저에는 없는 트림이다. 3.5 가솔린 풀타임 사륜구동 모델이 K8에는 있다. 확실한 도발이다.
애석하게도 미디어 시승행사에서는 이 모델이 등장하지 않았다. 3.5 가솔린 전륜구동 모델로 K8의 도발을 확인해야했다. 사양은 고급스러웠지만, 움직임에는 거친 맛이 있었다. 3500cc V6 엔진에서 뽑아내는 300마력에는 야성미가 숨어 있었다.
주행감이 거칠어졌다는 것은 생동감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스포티한 감성은 시트의 특별한 기능으로 구체화됐다. ‘스마트 서포트’라는 기능으로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거나 시속 130km 이상으로 주행하면 시트의 양쪽 볼스터가 허리를 꽉 잡아준다. 한 바탕 달리기를 앞두고 신발 끈을 동여매는 행동이 연상된다.
디자인은 기아의 신규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 아래 완성됐다. 오퍼짓 유나이티드는 대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서로 대조되는 조형ㆍ구성ㆍ색상 등을 조합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역시 전면부가 가장 인상적이다. 신규 기아 로고와 범퍼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 등 브랜드 최초로 적용하는 디자인 요소로 혁신을 강조했다.
그릴 디자인에는 깜짝 놀랄 요소도 있다. 차체의 컬러와 그릴 컬러가 일체형이다. 차체가 짙은 색일 때는 이 느낌이 크지 않지만 흰색 차량에서는 매우 독특한 인상을 받는다.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의 기능을 하는 ‘스타 클라우드 라이팅(Star cloud Lighting)’은 차문을 열거나 잠글 때 10개의 램프를 무작위로 점등시킨다. 이름하여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DWL, Dynamic Welcome Light)다. 전ㆍ후면 방향지시등은 순차점등 기능이 들어갔다.
측면부는 유선형의 캐릭터 라인이 차체 볼륨과 조화를 이뤄 우아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후면부는 좌우 리어램프와 이를 연결해주는 그래픽으로 구성된 ‘리어램프 클러스터’를 통해 입체적인 외관을 완성했다.
빛과 소리의 향연, 모든 기기가 운전자를 바라본다
운전석은 1등석 공항 라운지를 연상시킨다.
12.3인치 계기반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유선형으로 이어진다. 두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호위하는 듯 연결된다. 모든 정보가 운전자에게 집중되는 설계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의 일부를 구성하는 계기반도 자연스럽게 헤드업이 된다.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와 실내 곳곳에 적용한 앰비언트 라이트(무드 조명)는 감성적인 만족감을 준다. 앰비언트 라이트는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제한속도 이상으로 주행 시 빨간 조명을 통해 시각적으로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해주며, 야간에는 운전자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자동으로 밝기를 낮춰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는 14개의 나텍 스피커를 장착해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전달한다. 차량속도 변화에 따라 오디오 음량과 음질을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인텔리-큐(Intelli-Q)’, 공연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과 입체감 있는 음향을 제공하는 ‘호라이즌(Horizon)’ 기능이 작동되는 시스템이다. 음량을 조절하는 단계가 놀랍다. 0부터 최대 75단계까지 미세 조정이 가능하다. 무음 상태에서 시작한다면 원하는 볼륨에 이르기까지 플러스(+) 버튼을 한참 누르고 있어야 한다. 그만큼 원하는 음량과 음질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 |
2.5 가솔린은 최고 출력 198PS(마력), 최대 토크 25.3kgf·m, 복합연비 12.0km/ℓ를 확보했으며 R-MDPS(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를 적용해 조향 직결감을 강화했다.
3.5 가솔린은 최고출력 300PS(마력)과 최대토크 36.6kgf·m의 동력성능을 기반으로 전륜 기반 AWD 시스템과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배치했다. 복합연비는 2WD 10.6km/ℓ, AWD 9.7km/ℓ이다.
3.5 LPI는 최고출력 240PS(마력), 최대토크 32.0kgf·m의 동력 성능을 갖췄으며 기존 6단 자동변속기 대신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기존 3.0 LPI 대비 배기량이 증가했음에도 약 5% 향상된 8.0km/ℓ의 복합연비를 달성했다.
3.5 가솔린과 3.5 LPI는 투 챔버 토크 컨버터가 적용된 신규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엔진과 변속기를 연결해주는 토크 컨버터는 엔진에서 발생한 힘(토크)을 변속기로 부드럽게 전달하고, 토크 컨버터 내에 있는 댐퍼 클러치를 통해 엔진과 변속기를 직접 결합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K8 3.5의 토크 컨버터는 챔버(실)가 두 개다. 이로 인해 토크 컨버터 내부 압력 변화에 따른 충격을 줄여 변속 충격감을 완화하고 에너지 손실을 줄여 연비를 개선해주며 엔진과 변속기의 직결감을 강화한다. 높은 수준의 주행 감성이 가능해진다.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은 최고 출력 180PS(마력), 최대 토크 27.0kgf·m의 1.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과 최고 출력 44.2kW, 최대 토크 264Nm의 구동모터,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1.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은 이전 K7 2.4 하이브리드 엔진의 최고 출력(159PS)과 최대 토크(21.0kgf·m) 대비 약 13%, 29% 향상된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갖췄다.
![]() |
기아는 K8에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 2),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대거 탑재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후측방 모니터(BVM),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PCA),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안전 하차 보조(SEA), 후석 승객 알림(ROA),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후진 가이드 램프 등 열거하기도 힘들다.
반자율 주행을 위해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 2)가 투입됐다.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라서면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곡선로에서도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주행한다. 물론 앞차가 있으면 알아서 거리를 유지한다. 방향지시등 스위치 조작만으로 차로를 변경하는 과업수행도 꽤 자연스럽다.
내비게이션 기반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은 차가 고속도로의 교통정보에 맞춰 대응하는 기능이다. 운전자가 설정속도를 현재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로 맞추면, 제한속도가 바뀔 때 마다 설정속도를 자동으로 변경해준다. 안전속도 구간과 곡선 구간에서는 진입 전에 속도를 자동으로 줄여주고 이후 안전속도 구간과 곡선 구간을 지나면 원래 설정한 속도로 되돌아오니 운전의 피로도가 덜 느껴진다. 고속도로 진출입로에서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속도를 적절히 조절한다.
센터페시아 기능 버튼이 절반으로?
센터페시아에는 당연히 있어야할 기능 버튼들이 안보인다. 꼭 필요한 기능 버튼이 빠진 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K8은 인포테인먼트 기능과 공조 기능을 통째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 조작계로 그 복잡한 버튼들을 절반으로 줄였다. 인포테인먼트 조작계로 전환하면 같은 자리의 버튼이 인포테인먼트 기능으로, 공조 조작계로 전환하면 공조 버튼들이 나타난다.
미디어 음량과 실내 온도 등 주행 중 직관적으로 조작이 필요한 버튼 외의 모든 버튼은 터치 방식으로 했다. 덕분에 공간 사용을 최소화하고 스마트 전자기기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K8의 판매 가격은 ▲2.5 가솔린 노블레스 라이트 3,279만원, 노블레스 3,510만원, 시그니처 3,868만원 ▲3.5 가솔린 노블레스 라이트 3,618만원, 노블레스 3,848만원, 시그니처 4,177만원, 플래티넘 4,526만원 ▲3.5 LPI 프레스티지 3,220만원, 노블레스 3,659만원이다. ▲하이브리드는 노블레스 라이트 3,698만원, 노블레스 3,929만원, 시그니처 4,287만원이다. (개소세 3.5% 및 하이브리드 세제 혜택 반영 기준)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