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임재형 기자] e스포츠. PC방에서 열리던 소규모 대회가 어느새 세계 각지의 기업, 스포츠단이 탐내는 분야가 됐다. e스포츠의 산업 성장 속도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하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가 2019년 기준 8억 6900만 달러(약 9550억 원)에서 2022년 29억 6300만 달러(약 3조 2563억 원)로 연평균 3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웃나라 중국의 2020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0% 늘어난 1406억 위안(약 23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LOL e스포츠의 한국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도 이러한 ‘e스포츠의 세계화’에 발맞춰 2021년부터 프랜차이즈화를 결정했다. 프랜차이즈가 되면서 LCK는 승강제 폐지, 2군 리그 창설, 선수 지원 강화 등 다양한 제도가 도입됐다. 이로써 LCK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팀 운영이 가능해졌으며,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e스포츠 리그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리그의 프랜차이즈화와 함께 각 팀들도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쎈비즈는 LCK 10개 팀의 아카데미 시스템을 살펴볼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첫 번째 팀은 젠지다. 지난 2014년, 2017년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전신인 삼성 시절 우승을 달성한 젠지는 전통을 지닌 명문 팀이다. 젠지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목표로 두고 아카데미를 꾸려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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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1일, 오쎈비즈는 젠지의 이지훈 단장과 유선으로 젠지 LOL 아카데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젠지는 지난 2017년 중순 창단(2018년 이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 이후 강남 사옥 건설과 동시에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정돈화된 시스템의 첫 과제는 ‘스카우트 영입’이었다. 젠지는 LCK 팀 중 처음으로 스카우트를 고용한 뒤, 유망한 선수들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스카우트를 영입하고 본격적으로 유망주 모집을 시작했다. 선수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까지 영역을 넓혔다. 스카우트의 장점은 많다. 공식석상에 우리 스카우트의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선수들에게 공신력을 심어줄 수 있다.”
스카우트가 선수 영입의 틀을 구축했다면 젠지 아카데미의 시설 및 콜업 시스템은 선수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젠지는 1군, 2군, 아카데미 팀이 생활하는 곳을 따로 분리하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이 ‘룰러’ 박재혁, ‘클리드’ 김태민 등 팀의 스타들을 보며 성장하길 바란다. 직접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코칭스태프도 함께 경험을 공유한다. 라운지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으며, 1군 피드백 시간에 2군 코칭스태프도 참관해 지도 실력을 쌓는다. 이지훈 단장은 “1군, 2군, 아카데미 모두 유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 팀이 바라던 바다. 경험이 부족한 2군 코치들이 1군에 조언을 얻는 것도 자연스럽다. 스카우터의 의견도 적극 반영되고 있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투자를 아끼지 않은 젠지 아카데미는 LCK의 프랜차이즈화가 결정된 2021년,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은 듯 업계에서 ‘가고 싶은 팀’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이지훈 단장에 따르면 ‘성장하면 누구나 데뷔할 수 있는 환경’과 ‘탄탄한 시스템’이 어린 선수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최근엔 성과도 냈다. 2021시즌을 앞두고 콜업된 ‘카리스’ 김홍조는 아카데미에서 꾸준히 성장해 ‘차세대 미드 라이너’로 각광받고 있으며, 꿈에 그리던 1군 승격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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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은 잘못된 자세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미국 LA의 정형외과 의사 레비 해리슨은 “인간의 신체는 많은 활동을 하도록 만들어졌는데, e스포츠 선수들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게임 연습을 한다”며 “이는 손목터널, 테니스엘보, 등, 목, 발 등 다양한 부위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젠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창단 때부터 건강관리 원칙을 도입했다. 젠지는 ‘몸이 건강하면 정신도 건강하다’를 모토로 삼고 선수들에게 개인 트레이너를 붙여 주었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PT가 힘들어지자 홈트레이닝이 가능한 장비를 제공했다. 이지훈 단장은 “’라이프’ 김정민 선수가 재계약 당시 젠지의 건강관리 시스템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비하인드를 밝히며 “동기부여 차원에서 권장하고 있다. LCK 팀들 중 높은 순위에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젠지는 선수들이 은퇴 이후에도 학업 및 다른 진로로 막힘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젠지는 전문인력 양성 교육 기관인 ‘젠지 엘리트 이스포츠 아카데미(GEEA)’에서 학업과 e스포츠 교육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데, 선수들 또한 의사가 있다면 GEEA에서 학위를 따기 위한 교육을 수행할 수 있다.
은퇴를 했을 때 선수들은 코치, 선수, 스트리머, 종목 전환 등 다양한 진로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앰비션’ 강찬용을 포함해 ‘큐베’ 이성진, ‘류제홍’ 류제홍, ‘리치’ 이재원, ‘사케’ 이중혁, ‘노블레스’ 채도준 모두 젠지의 지원을 받은 업계인들이다. 이지훈 단장은 “젠지는 언제든지 열려있다. 은퇴 선수 관리 부분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잘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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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감한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장기적인 운영이 가능한 ‘LCK 프랜차이즈 시대’에서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 젠지는 온라인 연습생부터 오프라인-2군-1군으로 이어지는 팜을 구축해 놓았다. 실전에 참가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목표의식이 옅어질 수 밖에 없는데, 젠지 아카데미 선수들은 각 단계에서 경기를 임하고 승격을 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지훈 단장은 건강한 팜 시스템을 갖춘 다른 스포츠 예를 들며, “우리도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훈 단장은 “LCK 프랜차이즈 이후 선수 운영비가 늘어났고, 엄청난 금액의 가입비를 냈다. 승강전이 없어지고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한 상황에서 매번 큰 돈을 지출하는 것은 이상적인 구조가 아니다”며 “우리가 자체적으로 육성해 좋은 선수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선수들이 해외 리그로 빠져나갈 때 빈 자리를 채워 넣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임재형 기자 lisco@osen.co.kr
/사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젠지 제공